배양육, 혁신인가 환상인가? (1)
- 김선우, Seon Woo Kim (1st)
- 2024년 12월 30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1일

저자: APro Cell Culture팀
김선우
01
서론
1981년이면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온전한 닭 한 마리를 기르는 불합리에서 벗어나 각 부위를 별도로 적당한 환경에서 기르게 될 것이다.
1931년, 윈스턴 처칠은 50년 후의 미래를 그리며 위와 같이 말했다. 비록 조금 더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약 1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닭의 세포를 적절한 방법과 재료로 배양하여 원하는 부위의 닭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소, 돼지뿐만 아니라 참치, 연어, 새우의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이것을 ‘배양육’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Cultivated Meat 또는 Cell-based Meat, Lab-grown Meat 등 다양한 표현을 쓴다. 배양육은 동물 세포 배양으로 생성된 인공 고기로, 다른 대체 단백질과는 달리 식물이나 미생물 같은 대체 원재료가 아닌 실제 동물의 세포를 사용해 실제 식육의 풍미를 모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상은 점점 더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 물건은 공장에서 기계가 만들고, 채소는 도시에서 컴퓨터가 키울 수 있는 세상에서 축산업이라고 변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반드시 외진 시골의 농장에서 동물을 키워 고기를 생산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기술이 갖춰진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원하는 종의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장소에서 생산해낼 수 있다는 배양육의 매력은 그 컨셉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후로 사람들을 매혹시켜 왔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의 불확실성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기존 축산업보다 더 뛰어난 지속가능성을 지닌 배양육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더욱 성큼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배양육의 가능성과 필연성에 대해 강조하며 언급하는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50년에는 글로벌 단백질 요구량이 현재의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 막대한 간극을 메우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이 배양육이다(기존의 축산업은 현재도 한계에 이르른 데다가 지속가능성이 낮아 계속해서 그 생산량이 낮아질 전망이다). 둘째, 향후 기후변화나 전쟁, 전염병 등으로 식량 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 단백질을 자급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축산물의 공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출국이 수출을 끊거나 가격을 올리면 공급에 큰 차질을 겪는다는 말이다.
셋째, 기존 식육에 비해 토지와 수자원을 월등히 적게 사용하며 사용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비교적 적어 지속 가능하다. 또한, 살상을 하지 않기에 동물복지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없다. 넷째, 가축을 키울 대지나 작물이 필요하지 않기에 대도시나 우주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생산이 가능하다. 다섯째,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 결핵 등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협이 낮아지고 항생제를 동물에게 직접 투여하지 않기에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뿐만 아니라, 무균 환경에서 생산되므로 그 상태를 유지하기만 하면 냉장, 냉동, 살균 처리 등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유통저〮장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 놀라운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만 같다. 그러나 혹자는 배양육에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이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 배양육의 제조 과정(근육줄기세포 사용 시)을 조금만 자세히 파헤쳐 보자.
먼저, 원하는 종의 적당한 개체를 골라서 생체 조직을 채취한 후 근육줄기세포를 분리한다. 다음으로, 분리한 줄기세포를 양분과 성장인자, 항생제 등의 화학물질을 넣은 배양액에 넣어 배양한다. 마지막으로, 배양한 세포를 바이오리액터[1]에 넣어 그 양을 증폭시키는 과정과 스캐폴드[2]를 이용해 고기의 모양과 식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과정을 거쳐 배양육을 만든다.
단순하게 서술한 위 과정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첫째, ‘내 입속으로, 우리 아이의 입속으로 들어가도 괜찮은 거야?’ 배양액을 이루는 호르몬, 항생제 같은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고기에 남아서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채취한 세포를 반영구적으로 불멸화시키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이 들어갔다면 이것이 유전병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될 수 있다. 둘째, ‘저렇게 만들어낸 고기가 과연 맛있을까?’ 우리가 고기를 씹어 삼킬 때 느끼는 행복감은 근육세포만으론 얻을 수 없는 것으로 곳곳에 배치된 지방세포가 만드는 마블링이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결합조직이 없으면 맛, 식감, 향이 기존 식육에 비해 열등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무엇보다도, 가격이 비쌀 것 같아.’ 마크 포스트 박사가 2013년에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를 세상에 공개했을 때, 햄버거 한 개의 가격은 약 3억 원이었다. 이후로 급격한 가격 절감이 이루어져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업적 판매가 된 Eat Just의 닭고기 배양육은 약 5만원에 판매되었고, 현재는 120g에 약 7천원에(비록 식물성 대체단백질과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지만 말이다) 판매되었지만 언제쯤에야 기술 혁신이 일어나 기존 식육보다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배양육에 대한 갑론을박을 늘어놓아 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우리는 서울대학교 대체단백질 학회 APro의 창립멤버로서 배양육 생산과정 중 ‘세포배양(Cell Culture)’에 대해서 공부했다. 우리에게 배양육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앞으로 수많은 기술혁신을 거쳐 동물성 단백질 시장을 장악할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것이며, 이에 따라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었다. 우리도 이런 일자리 중 하나를 얻는 것을 꿈꾸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배양육 산업은 빠른 속도로 커지며 많은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셀미트, 스페이스에프, 씨위드, 다나그린, 티센 바이오팜 등 여러 스타트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CJ제일제당, 롯데, 대상, 풀무원, 한화솔루션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큰 돈을 투자하며 배양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에게 배양육은 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실제로 배양육 산업에 있는 전문가와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대화는 배양육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배양육의 필연성을 의심하게 했다. 이 칼럼의 주제는 그것과 관련이 있다. 인터뷰는 11월 25일, ‘지현근’님과 진행하였다. 그는 다나그린의 CTO(최고기술책임자)이자 공동 창립자로, 당시 APro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배양육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배양육은 아마도 제가 할아버지가 될 때쯤 되어야 이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말이냐면, 당장 2년, 3년 후에 여러분이 배양육 접시를 받아서 먹을 수 있진 않을 거라고 보고요, 좀 더 긴 호흡이 될 거에요.”
그는 이 ‘긴 호흡’이라는 말에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실제로 2020년 전후부터 해서 약 4년 간 배양육 산업이 발전해 왔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엔 충분히 빠르게 발전하지를 못했어요. 긴 호흡으로 대충 15년에서 20년 이상은 걸리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양육 기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실제 육류랑 비교해서는 배양육이 뛰어난 건 솔직히 말하면 없어요. 아, 지속 가능성 이런 건 있겠다. 일단 맛 측면에서 기존 고기의 맛을 따라가는 거지 절대로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겁니다. 가격의 측면에서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기존 고기보다 낮아지긴 힘들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배양육 시장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회사를 창립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나그린은 원래 세포배양을 바탕으로 한 인공장기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종양생물학을 하면서 아주 많은 동물을 죽이게 되었고 그게 한 7년 동안 반복되자, 점점 무덤덤해졌다고 한다. 그게 옳지 않단 생각이 항상 있었고, 동물실험을 줄이고 대체 실험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슬러터-프리’, 즉 동물 도축을 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슬로건으로 삼고 다나그린 회사를 창업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2020년에 코로나 펜데믹이 터지면서 바이오 쪽 투자가 활황이었고, 이에 슬로건이 추구하는 바와 맞닿아 있는 배양육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배양육 산업에 뛰어든 것이 ‘미래에 대한 베팅’이었다고 표현했다.
“기존 육류가 기후 변화로 인해서 가격 폭등을 하기 때문에 배양육이 앞으로 선호될 것이라는 데 매우 높은 확률로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후변화, 전쟁,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식량 안보의 위기에 대한 가능성을 그 이유로 언급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배양육이 기존 축산물보다 가격이 낮아지는 일종의 ‘크로스 포인트’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덧붙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에 그런 미래가 아니라 아주 안정적으로 평화로운 시대가 더 지속되며 먹을 게 풍부할 것을 가정한다면, 배양육을 하지 않고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걸 해야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먹고 즐기고 평화롭게 지내는 데 더 필요한 그런 것들 말이에요.”
미래를 한 번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배양육이 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아니면 기술이 사장되어 혁신적이었던 아이디어 중 하나로 남을지. 배양육이 성공 혹은 실패하게 만드는 조건들은 무엇일지.
많은 수의 논문들을 읽고 교수님과 대학원생 등 많은 연사들의 강연을 들었지만, 우리는 배양육의 미래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항상 긍정적으로 보기만 했을 뿐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직접 배양육의 미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예측해보고자 한다. 비록 많은 주관이 개입되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주요 조건의 유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둘로 나누고(배양육의 성공/실패), ‘식량 안보 위기, 기술 혁신, 소비자 수용성, 문화적 적합성, 규제 승인, 기존 산업의 반발’ 등을 부차적 조건으로 설정하여 각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구체화시키고 ChatGPT를 이용해 주요 조건과 부차적 조건과 시나리오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방법을 통해 객관성을 키우고자 했다. 설정한 주요 조건은 ‘단백질 공급 문제의 해결 여부’였다.
다음에 이어질 첫번째 시나리오는 ‘단백질 공급 문제’가 해결된 상황을 가정하여 배양육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고, 두번째 시나리오는 ‘단백질 공급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이에 배양육이 상용화되어 널리 공급되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다. 시나리오의 배경 시대는 2040년으로 설정하였다.
[1] 일반적으로 ‘배양기’로 알려져 세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제어하는 장치. 온도, 산소 수준, 세포 배양 배지의 공급 등을 제어하고, 대사물질 수준, pH, 생체량 축적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세포가 최적의 환경에서 배양될 수 있도록 함. 배양육의 스케일업에 가장 중요한 장치임.
[2] 세포가 부착할 수 있는 표면과 산소 및 영양소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지지체. 생분해 가능하거나 식용 가능해 배양육이 실제 식육의 식감과 모양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핵심적인 요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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