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혁신인가 환상인가? (2)
- 박지은, Ji Eun Park (1st)
- 2024년 12월 30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1일

저자: APro Cell Culture팀
박지은
02
풍요 속의 외면
-배양육의 실패와 새로운 대안
한때 글로벌 식품회사들과 스타트업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배양육 사업은 2040년경에는 ‘실패한 투자’, 그리고 ‘극소수의 혁신적인 시도’로만 여겨지며 대중의 식탁에는 끝내 오르지 못하였다. 2013년 33만 달러에 제조되었던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 패티가 10년 만에 개당 9.8달러까지 떨어지고, 2022년 UPSIDE Foods가 FDA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때도 있지만, 끝내 전통 육류를 대체할 시장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소비자 불수용, 국가별 규제 등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있던 배양육의 미래가 한때 희망적으로 점쳐졌던 가장 큰 이유는 전통 축산업의 쇠퇴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뿐만 아니라 폭염, 폭우, 가뭄, 홍수, 산불 등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이상기후의 잦은 출현은 축산물의 생산전망을 불안케 했다. 작물의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후 및 토양 조건이 동시에 갖추어진 땅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식량작물보다 사료작물의 생산을 우선시할 수 있겠는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도 없는, 그러나 타파할 수도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이 와중에도 육류 소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육류 소비량은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꾸준히 늘었으며,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30년에는 육류 생산량이 약 13.2% 증가하였다. 그렇기에 배양육 업계는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거대한 육류 시장에 기대를 걸고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배양육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존 육류에 비해 뛰어난 점들이 분명 있었다. 전통 육류와 달리 실험실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생산되는 배양육은 토지와 물 사용을 각각 최고 90%, 96%로 절약할 수 있을 정도로 자원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늘어난 육류 소비량에 의해 증가한 글로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기술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배양육 기업들이 맛과 질감을 개선하고 생산 공정에서 높게 책정되는 비용을 줄이려고 고민하는 있는 동안, 전통 축산업 또한 기존 지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었다. 전통 축산업은 스마트 농업 및 유기축산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작물과 가축, 그리고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성과 자원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이러한 기술발전은 더 적은 토지와 자원을 사용하면서 가축을 지속가능하게 키우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농지는 드론화 및 자동화 로봇 기술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료 작물에도 CRISPR-Cas9[1]과 같은 생명공학 기술을 도입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료 및 항생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질병 및 기후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반면, 배양육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식품으로 보였으나, 대량 생산으로 전환하여 가격을 낮추는 데에 여러 문제를 겪고 있었다. 가장 큰 요인은 높은 생산 비용이었다. 배양육의 핵심 재료인 배양 배지는 배양육의 대량 생산화에 아주 큰 걸림돌이었다. 이 배지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소태아 혈청(FBS; Fetal Bovine Serum)[2]은 1리터당 최대 1,000달러에 이르며, 이는 140g짜리 배양육 패티 하나 생산하는 데에 대략 5천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에서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 체계에도 투입하려고 하였으나, 해당 단계에서 생산량이 떨어지거나 안전성 측면에서 식품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이외에도 대량 생산을 위한 대규모 바이오리액터와 청정 시설 구축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며,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이러한 시설이 생산 효율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양육이 자원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지속가능하다는 장점조차 일반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어필이 되지 못한 것은 더욱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고기를 처음 베어물 때 터지는 육즙과 기름기가 적절히 녹아 어우러지는 맛, 씹을 때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풀리는 식감 등 그 어느 것도 배양육이 완벽히 모방하기 어려웠으며, 맛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을 만큼 전통 육류와의 가격 차이 또한 유의미하게 내지 못했다. 맛이나 가격 외에 동물윤리 등 신념을 이유로 배양육을 선호하는 집단은 소수로 존재했지만, 그 지지층은 전세계에 넓고 적게 분포해있었다. 따라서 배양육에 대한 규제 확립과 국가 간 규제 장벽 완화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으며, 배양육 소비층은 비교적 덜 논쟁적인 식물성 단백질과 발효 기반 단백질로 눈을 돌렸다. 이렇듯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정진하는 축산업과 달리, 배양육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격이라는 판단하에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배양육은 실패한 혁신으로 남게 되었다. 배양육은 육식의 시대를 계승하기엔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주자였다.
그렇게 배양육은 고기의 대체품으로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기술적 성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응용되었다. 우선 다나그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근육세포를 부착시키고 배양하는 데에 사용되는 3차원 스캐폴드는 인공장기 구현에 사용되기도 한다. 다나그린은 원래 질환 모델링, 신약 개발, 재생 치료 등 다양한 의학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생산을 목표로 출범한 기업으로, 단기적인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 배양육 사업도 병행하게 되었다. 이 두 사업 분야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인 3D 스캐폴드는 생체 외에서 실제 조직과 유사한 구조를 형성하며, 다양한 조직 배양을 가능하게 하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특히 오가노이드 배양에 있어 실제 장기의 미세 구조와 생화학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 모델에 투입되어 동물 실험을 불필요하게 하였고, 종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던 데이터 차이를 크게 개선하였다.
뿐만 아니라, 3D 스캐폴드는 조직 공학과 이식 의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바이오프린팅 기술과 융합 연구를 통해 조직 차원이 아닌, 실제 인체 장기와 같은 인공장기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심각한 화상을 입어 피부 재생이 불가능한 환자는 더 이상 거부 반응을 걱정하지 않고 맞춤형 피부 조직을 이식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혈관이 폐쇄된 환자들은 스캐폴드를 기반으로 한 인공 혈관 우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배양 배지 개발에서 얻어진 경험은 세포 기반 농업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배양육 역시 세포농업의 일종으로, 체외의 세포를 이용해 유효물질이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배양육 분야에서 한때 깊이 연구되었던 동물세포를 이용한 세포농업 생산 공정은 치료용 단백질 생산기술에 흡수되었다. 미생물을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세포농업은 발효 단백질과 같은 분야에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으나,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되지 못하고 세포 내 단백질 덩어리로 생성된다는 단점 때문에 추가적인 가공 과정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가공 과정은 치료에 필요한 천연형 단백질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생물학적 활성을 유지하는 분자 형태로 단백질을 분비할 수 있는 동물세포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았고, 배양육 역시 동물세포를 다루는 분야였기에 치료용 단백질 대량 생산 공정의 뼈대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낮은 가격에 치료제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도화된 의학의 혜택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1] DNA의 특정 서열을 인식하는 CRISPR 시스템과 인식한 위치를 절단하는 Cas9 단백질로 이루어져 특정 유전자를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
[2] 소의 태아 혈액에서 혈구를 제거한 후 채취한 혈청으로, 세포 배양에 필요한 성장 인자와 영양소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면역 반응을 방지하는 역할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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